유학생의 첫 뉴질랜드 직장생활 – 실험실 계약직 근무 리얼 후기

안녕하세요! 뉴질랜드 사는 Zena입니다 :)
오늘은 제가 졸업 후 처음으로 계약직으로 일했던 유전자 실험실에서의 경험을 나눠보려고 해요.
그 전 포스트에서 말씀드렸듯이 1년간 무직 상태로 힘든 시기를 보낸 후,
드디어 얻게 된 첫 일자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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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떻게 취업 기회를 얻게 되었을까?
사실 제 전공은 식품공학이었고, 겉보기엔 유전자 실험실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식품공학에서도 미생물 검사, 품질관리, 위생 관련 실험을 많이 다루다 보니, 기본적인 실험 장비 사용이나 실험실 위생 개념, 샘플 다루는 스킬은 어느 정도 익숙한 상태였어요.
또 뉴질랜드에서는 보통 식품공학 전공자가 바로 Food Technologist로 취업하기보단, Lab Technician → Technologist로 커리어를 쌓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저 역시 그 흐름을 고려해서 처음부터 Lab Technician도 아닌, Assistant 포지션부터 시작해보자는 전략으로 접근했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이 전략이 통했고, 실험실 보조직으로서의 첫 경험이 제 커리어의 기반이 되어줬어요.
당시엔 매일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일자리를 찾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한 실험실에서 Lab Technician Assistant를 뽑는 공고를 보고
CV와 커버레터를 준비해 지원하게 되었어요.
며칠 후, 해당 팀리더에게서 전화가 왔고
“아직 구직 중이냐”, “졸업은 했냐” 같은 간단한 질문들을 받았어요.
전화에서 어느 정도 필터링을 하고,
소수의 인원만 대면 면접으로 초대했더라고요.
면접에서는 스트레스 해소법,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기본적인 성향과 실험실 업무 적합성을 중심으로 질문을 받았어요.
(※ 이런 실험실 면접 질문 유형은 다음 포스트에서 따로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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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어 실력, 괜찮았을까?
당시 저는 뉴질랜드에서 과학 전공을 마친 직후라
과학용어와 실험 설명은 오히려 영어가 더 편한 상태였어요.
일상 대화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실험실 업무에서 필요한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했어요.
게다가 이 업무는 **보조 역할(Lab Tech Assist)**이라
손발이 부지런하고 커뮤니케이션만 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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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약 조건은 어땠을까?
• 6개월 단기 계약
• 풀타임(주 40시간)
• 시급 NZD $23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2021년 최저임금이 약 $20.00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훗날 들은 이야기인데, 계약직이 정규직보다 시급이 높은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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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실험실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이곳은 유전자 검사를 수행하는 PCR 실험실이었어요.
제가 맡았던 보조 업무는 아래와 같아요:
• 샘플 개봉 및 정제 준비
• 정제수 준비
• 실험기구 세척, 살균, 청소
• 기초 서류 취합 및 엑셀 작업
• 실험 장비 로봇 유지보수(maintainance)
• 저울과 피펫 보정(calibration)
고급 장비는 정규직 테크니션들이 다뤘고,
저희 같은 보조직은 기초 세팅과 준비 작업을 도맡는 구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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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직장에서 어려웠던 점은?
사실 어려운 점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컸어요.
직원 모두가 친절했고, 저 같은 계약직에게도
배려 깊은 분위기 속에서 존중받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이 회사는 뉴질랜드 내에서도 근무환경이 좋기로 유명한 대기업이었어요.
좋은 평가를 받으면 정규직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에
열심히 일했지만, 워낙 인원 이탈이 거의 없는 구조라
정규직 전환은 결국 실패했어요.
그게 가장 아쉬웠고, 슬펐던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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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 경험이 내게 남긴 것들
비록 단기 계약직이었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제게 정말 많은 걸 남겨줬어요.
• 현지 직장문화를 직접 체험했고,
• 사람 중심의 일하는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 무엇보다도 “내가 드디어 사회에 한 발 내딛었구나” 하는
작은 성취감이 정말 소중했어요.
사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에겐
이런 “느긋한 분위기”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그 여유와 유연함이 너무 감사했고,
“이제 나는 내 삶을 지키면서도 일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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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첫 직장이란 건 누구에게나 의미가 크죠.
저에겐 특히 더 그랬어요.
비자가 있지만 일할 곳이 없던 절박한 시간,
그 끝에서 만난 이 직장은 제게
자신감을 되찾게 해준 소중한 기회였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들, 그리고
실험실 취업을 위한 면접 준비 팁을 공유해볼게요!
혹시 궁금한 점이나 비슷한 경험 있으시면
댓글이나 메시지로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